불로장생의 꿈은 이루어진다?

작성자 : 승리제단 Date : 2014-02-27 13:25 | Hit : 1,402

불로장생의 꿈은 이루어진다?

염색체 말단 ‘텔로미어’ 예쁜꼬마선충 길이 늘려 노화억제·수명연장 성공 사람 암세포도서도 가설 입증 ‘인명은 재천’ 발칙한 도전

‘텔로미어’로 불리는 염색체의 말단이 ‘생명은 왜 늙고 수명을 다하는가’라는 노화·수명의 수수께끼를 풀 실마리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최근 연세대 노화유전자기능연구센터의 이준호 교수와 정규상 연구원은 실험생물인 예쁜꼬마선충의 염색체 텔로미어를 정상보다 길게 만들어 노화 속도를 늦추고 수명을 20% 가량 늘리는 데 성공했다고 영국의 저명 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에 발표했다. 과연 염색체 말단의 길이에 따라 노화와 수명이 달라질까.

현대과학의 답은 ‘관련성이 매우 높다’ 쪽으로 기울고 있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양끝에서 특정 염기서열들이 수천번 이상 되풀이되는 독특한 구조와 길이를 지닌 부위를 말한다. 예컨대 사람 세포 안 염색체 말단에서 디엔에이(DNA)는 ‘TTAGGG’라는 염기서열이 1천번 가량 반복된다. 그런데 아무런 유전자의 기능도 하지 않는 이것이 점점 닳아 짧아질수록 생명은 노화와 죽음에 이르는 현상이 1980년대부터 점차 분명히 관찰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에 이 현상은 ‘텔로미어 가설’로 정립됐고 노화·수명을 설명하는 유력한 가설로 자리잡았다”라고 노화유전자기능연구센터 소장인 정인권 연세대 교수는 말한다. 그동안 텔로미어와 노화·수명의 관계는 세포 대상의 실험에서 잇달아 입증돼, 텔로미어는 이제 생명체 안의 ‘노화시계’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에 이준호 교수 연구팀은 그 관련성을 세포 아닌 개체에서 처음으로 입증한 것이다.

정해영 부산대 교수(노화조직은행장)는 “텔로미어는 노화를 설명하는 여러 가설 가운데 하나이지만 이번 실험은 개체와 텔로미어의 관계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며 “ 그러나 앞으로 생쥐 등 고등동물에서도 가설이 입증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텔로미어의 길이 효과는 사람 세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국내에선 정인권 교수가 사람의 암세포에서 이런 현상을 관찰했다. 나이가 들수록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사람의 정상 체세 포와 달리, 암세포는 짧아진 텔로미어를 복원하는 특별한 효소단백질(텔로머라제)을 지녀, 노화하지 않고도 무한히 분열할 수 있다. 정 교수는 “텔로머라제의 활성을 억제하자 암세 포가 노화의 길로 접어들어 사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직 세포 수준이긴 하지만 텔로미어 효과는 사람 세포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왜 모든 지구 생물은 노화·수명의 정보를 단순 반복하는 염기서열로 염색체 말단에 담아두는 방식으로 진화했는지, 텔로미어의 길이가 노화·수명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정 교수는 “노화·수명의 수수께끼가 이처럼 단순한 ‘길이’의 정보로 설명된다는 것은 매 우 매력적인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무엇’이 그 길이를 읽어내어 노화와 관련한 복잡한 생체신 호들을 일으키는지는 남겨진 숙제”라고 말했다.

사실 텔로미어가 아니더라도, 노화와 수명을 설명하려는 가설은 무수히 존재해왔다. 활성산 소에 의한 산화스트레스가 세포에 노화를 촉진한다는 설, 시간이 흐를수록 유전자에 출현하 는 돌연변이가 쌓여 수명이 다한다는 설, 수명 조절 유전자가 따로 존재한다는 설 등이 제기 돼왔다. 텔로미어는 최근에 주목받기 시작한 신생 가설인 셈이다.

연구자들도 텔로미어가 노화·수명을 모두 해명할 만능열쇠는 아니라고 말한다. 정인권 교수는 “텔로미어는 노화와 매우 깊은 관계를 지니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환경 요인을 부 정하긴 힘들다”며 “다만 텔로미어는 염색체 염기서열 정보라는 측면에서 노화·수명를 설명하는 새로운 시도로 그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최근엔 텔로미어 가설이 암 연구에 응용될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암세포에 서 텔로미어를 복원시키는 효소단백질을 억제해 암세포가 스스로 노화해 사멸하도록 하자는 것 이다. 실제로 정 교수는 최근 이런 원리에 착안해 암세포의 노화 시계를 정상으로 되돌려놓을 수 있는 후보 물질 10여종을 발굴해 일부 동물실험에서 그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

중국 진시황제가 불로초에서 찾던 장수의 비밀이 우리 몸 깊숙한 곳의 염색체 말단에 오롯이 숨 겨 있는지는 훨씬 더 많은 연구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신문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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