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하나님의 세계가 악(죄)의 세력에 의해 점령당하여 현재와 같은 세계로 타락(변질)되었다는 사실을 고찰해 보았다. 그렇다면, 분명히 이 세계에는 죄가 존재함이 분명한데, 과연 죄란 무엇이란 말인가? 죄는 도대체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가?흔히 평범한 인간들에 의해서 죄의 개념은 낮게 취급되어져 왔는데 이것은 인식능력의 차이에 의한 왜곡임에 틀림없다.

  저차원의 인식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고차원의 의식 수준에 오른 성인들의 말을 자기 식으로 이해하여 그 본래의 뜻을 왜곡하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다. 죄의 개념은 단순한 ‘도덕적 위반’ 내지는 ‘규율을 어기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그렇다면, 죄의 명확한 기준은 무엇인가? 죄는 인간에게 있어 어떠한 형태로 존재하는가?그것은 바로 ‘나(ego)’라는 자아의식 자체가 ‘죄(罪)’이다.

  태초에 하나님을 사로잡은 마귀의 정체는 다름 아닌 ‘나’라고 한계 지어진 의식인 것이다. 무한이 본질이었던 인간은 모두 ‘나’라는 한계 지어진 자아의식에 의해 덮어 씌워져 미친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 ‘나(ego)’를 중심으로 한 일체의 행위는 물론 생각조차도 죄가 된다. 왜 ‘나’라는 자아의식이 죄가 되는지 알아보자.

  첫째, ‘나’라는 자아의식은 원래 인간의 본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한 피 받은 한 몸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의 주위를 살펴보면 명백함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우리는 형제자매 사이만 하더라도 남이라고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4촌, 6촌, 8촌으로 계속 갈라져 나갈수록 나와는 상관이 없는 남으로 생각이 된다.

  이것은 확실히 계속적인 오염에 의하여 하나의 본성을 잃어버리고, 자타를 완전히 분별하는 ‘나’라는 자아의식이 강화되어 가는 현상임이 분명하다.

  한 나무의 뿌리에서 갈라져 나간 나뭇가지가 아무리 그 사이가 넓다 해도 한 나무 가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듯이 인류 모두에게 그러한 하나의 마음을 가지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인 것이다.

  우주는 원래 하나인데 그 하나의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하는 ‘나’라는 한계 지어진 의식은 분명히 마귀에게 덮어 씌워져 미쳐 있는 상태이다. 인간은 분별의식인 마귀에게 점령당하여 하나인 본질을 보지 못하고, 모든 것을 쪼개고 차별하여 보는 것이다.이렇듯 ‘나’라는 자아의식은 원래 인간의 본성에 침입한 후천적 요소로서 모든 죄의 뿌리가 되는 것이다.

  둘째, ‘나’라는 자아의식이 죄가 되는 이유는, 그것이 모든 탐욕과 고통, 분열, 분쟁은 물론 최종적으로 ‘죽음’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나’라는 주체의식이 있음으로 해서 먼저 대상에 대한 차별이 생긴다. 대상에 대한 차별에 의해 허망한 가치판단이 생기고, 허망한 가치판단에 의해 온갖 욕망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욕망은 비교, 질투, 시기, 미움, 경쟁, 분쟁, 전쟁 등 모든 악행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한번 남의 자존심을 건드려보라! 과연 ‘나’라는 자존심에서 무엇이 나오는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증오와 욕설, 폭력 등 악이 뭉텅이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 열매를 보아 그 나무를 안다고 했다. 악의 열매를 맺는 나라는 의식이 마귀 그 자체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셋째, ‘나’라는 자아의식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보는 것을 방해한다.우리가 흔히 당하는 일로서, 대인관계를 예로 살펴보자. 친구를 사귈 때나 또는 안면이 있었던 사람들과 만날 때, 우리는 흔히 그 사람을 처음 만났던 인상으로 대할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방을 오인하곤 한다. 상대방은 더 이상 나의 정체된 관념의 인물이 아니라, 이미 그 전과는 다르게 변화된 상태의 인물이다. 상대방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에 이미 형성된 선입관과 고정관념으로 만나는 사람들을 대하곤 하는 것이다.

  이렇듯 자아(ego)는 대상을 단편화시키고, 고정화시켜 전일적(全一的)으로 생동하고 있는 현실을 보지 못하게 한다. 즉, 끊임없이 요동하며 변하고 있는 대상을 왜곡하여 받아들이는 것이다. 따라서 ‘나’라는 의식을 죽여 없애는 과정이야말로 올바른 인식으로 나아가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