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차가운 이유, 따뜻한 이유

손이 차가운 당신은 무척 아름다운 사람
누군가의 따뜻한 빈손이 목마르게 그리운 사람
그렇게 따뜻한 세상을 목말라 하는 그런 사람
하여 차가운 이 땅 한 복판을 견디는 사람

손이 따뜻한 당신은 무척 아름다운 사람
누군가의 차가운 빈손을 어루만져 주고픈 사람
그렇게 차가운 세상을 감싸고 싶은 그런 사람
하여 심장 한 복판 모닥불 간직한 사람

작시 / 류형선

1월 신정이 지나 장구를 치러 연습장에 나가니 선생님께서 반갑다면서 손을 잡고 팔짝팔짝 뛰면서 새해덕담을 해주셨다. 갑자기 강아지가 주인이 집에 오면 좋아서 폴짝폴짝 뛰는 모습이 머리에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진심으로 자신을 반겨주는 사람을 만나면 마음에 위안이 되고 생기와 기쁨을 얻는다. 삶이 각박해지다보니 사람과 더불어 살아도 사람고픈 사람이 많다.

며칠 전 어머니께서 생뚱맞게 어린 여자아이를 입양하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어머니는 나이가 많으셔서 입양할 자격이 안 된다고 말씀드렸다. 어머니의 좌우명은 ‘몸을 들볶아야 심신이 건강하다.’이다. 매일 집에 가까운 대학에 가셔서 운동장을 몇 바퀴 도시고 멀리 있는 재래시장과 쇼핑몰에도 걸어가셔서 장을 보고 올 때는 버스를 타신다. 겨울이 되자 하루는 마당에 화초를 실내로 들여놓고 옥상에 화초를 보관할 비닐하우스를 나랑 짓고 저녁에는 쉬지도 않으시고 메주를 만드셨다. 너무 무리를 하셨던지 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시다 넘어져 오른 손목을 부러뜨리셨다. 그래도 조금도 실망한 표정을 짓지 않으시고 왼손으로, 안 되면 입까지 동원하여 씩씩하게 집안일을 계속하셨다. 옆에서 보면 자기 동정같은 것은 할 줄 모르는 들짐승같은 강인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런 어머니가 요즘 외로움을 타시는지 여자아이를 키우고 싶다고 하셨다. 개나 고양이를 키워도 될텐데 굳이 어린이를 키우고 싶다는 말씀을 듣고나니 나는 ‘계춘할망’이라는 영화가 생각이 났다. 제주도 할머니와 가짜손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할머니의 뜨거운 사랑에 사회의 어두운 그늘에서 자라며 차가워진 소녀의 심장이 녹아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울었다. 어머니도 아이를 키우면서 일어날 수 있는 궂은일들을 사랑으로 해결하는 가운데 행복을 느끼고 싶어하는 삶의 베테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앉아 계실 줄 모르는 어머니는 노래교실도 열심히 다니신다. 즐겁게 부르시긴 하는데 어떤 노래를 부르셔도 멜로디가 비슷하다. 뭘 못 하셔도 주눅들거나 포기할 줄 모르신다. 요즘 왼손으로도 매사에 부지런하신 어머니를 보면서 많이 배운다.

그래서 일복이 많아도 불평하지 않고 오히려 손에 일이 끊이지 않음에 감사하려고 한다. 손가락에 관절염이 들지 않을 만큼 열심히 손을 놀리고,무릎은 물이 차지 않을 만큼 걸어다니고, 목은 쉬지 않을 만큼 기도하고 노래하고 생명을 살리는 말을 많이 하련다. 온전한 육체를 지니고 있음에 감사하고 열심히 몸을 움직여 노동하면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자존감도 느낄 수 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이나 가상화폐에 투자하여 떼돈을 벌려고 애쓴다. 그러면 사람의 심성은 피폐해지고 사회적으로는 한탕주의가 성행하고 경제는 건전한 성장을 이루지 못한다. 불로소득을 꿈꾸지 말고 땀흘려 나와 남에게 유익한 것들을 만드는 노동을 하면서 소득을 얻고 삶의 기쁨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올겨울은 바짝 춥다가도 날씨가 풀릴 땐 봄날처럼 따뜻하다. 그래서 손발이 차가운 나로서는 일하기가 많이 수월해 감사한 마음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긴장을 풀지 않고 늘 허리를 똑바로 세우고 가슴을 반듯하게 펴서 이성과 양심이 순발력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또한 이마에 주름이 지도록 눈을 크게 뜨고 경이의 눈으로 현재를 바라보고 느끼며 즐기련다. 천진스럽게 뛰어노는 들짐승처럼.*

라준경 / 대구제단 책임승사

온세계 만방에 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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